광주 acc 길위위 노마드 중앙아시아 관람후기

광주 ACC 길 위의 노마드 전시 관람 후기 전해드립니다. 중앙아시아 학과 신입생 아들의 추천으로 아내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어요. 낯선 카라반의 자취와 게르 휴게공간에서 쉼, 유목민 전통게임 토구즈까지 유목민 삶을 엿본 부모의 따뜻한 나들이 기록입니다.

ACC 아시아 문화박물관 입구
ACC 아시아 문화박물관 입구

길위의 노마드 상설전시관 인테리어 의자
ACC는 아시아에 진심인듯


길위의 노마드 전시관 소개 영상
입구에 중앙아시아 소개 영상이 시현되고 있어요.

올해 대학 문턱을 넘은 둘째 아들 녀석이 입학하자마자 꼭 가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 장소가 있었습니다. 마침 한가로운 주말을 맞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광주로 향하는 길은 묘한 설렘으로 가득 차올랐어요. 우리 아들이 앞으로 어떤 학문을 깊이 있게 배우고 어떤 낯선 문화를 접하게 될지 부모로서 조금이나마 앞서 맛보고 싶은 애틋한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프로셔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ACC(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상설전시실 1관이었고, 입구의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공기가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이해주더라고요. 평소 뉴스나 활자로만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이름들이 어느새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으로 웅장하게 펼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가보니 대략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들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낯선 대륙의 길을 부모가 뒤에서 조용히 따라 걸어본 듯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묘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길위의 노마드 전시관 입구
카자흐스탄 노마드를 찾아 들어갑니다. 

중앙아시아 국가 위치 지도
중앙아시아 국가를 한눈에 볼수 있어요.

🐪 초원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행

전시장 안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아득한 옛날 실크로드를 누비던 이동 상인들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습니다. 척박한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뚫고 오아시스 도시를 찾아 끝없이 헤매던 카라반 무리의 묵직한 숨결이 귓가에 바로 들려오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거든요. 오랜 세월을 품고 전시된 빛바랜 유물들을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보며, 거친 대자연에 맞서 살아남은 옛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저도 모르게 깊은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한쪽 공간에 마련된 둥글고 납작한 형태의 이국적인 전통 빵 모형 앞에서는 아내와 한참을 나란히 서서 신기한 듯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유목 생활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식문화의 흔적을 엿보며, 훗날 우리 아들도 저 빵을 뜯어 먹으며 낯선 사람들과 웃음꽃을 피우겠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카라반 오아시스
연못에 들어가지 마세요.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중앙아시아 전통빵 모형
어떤 맛일까 궁금한 전통빵입니다. 


제가 가보니 이곳은 눈으로만 휙 훑고 지나가는 지루한 박물관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관람객을 위해 한편에 준비된 전통 의상을 직접 걸쳐보고 커다란 거울 앞에 섰을 때, 마치 아주 오래전 드넓은 초원을 호령하며 누비던 거친 유목민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사로잡혔어요.(제가 입어보니 중국집 배달원이 된 것 같은 느낌^^)

중앙아시아 전통복장 체험 코너
의상체험하는데 나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보일까?

평소 수줍음이 많은 아내 역시 화려한 문양이 정교하게 수놓아진 옷을 입고 소녀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찰칵하는 경쾌한 셔터 소리와 함께 그 환한 미소를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머지않아 무거운 짐을 꾸려 멀리 떠날 우리 아들도 낯선 땅에서 이토록 밝은 표정을 지으며 씩씩하게 적응하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랐습니다. 화려한 색감의 직물과 카펫이 뿜어내는 온기는 쌀쌀한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유목민의 쉼터(게르) 곁에서 마주한 호기심

발길을 돌려 조금 더 걷다 보니 둥그런 천막 모양의 낯선 전통 가옥인 게르가 자태를 뽐내며 우리 부부를 맞이했습니다. 아쉽게도 게르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마련된 널찍한 빈백에 몸을 파 뭍고 전시된 영상물들을 찬찬히 관람했어요. 푹신한 자리에 기대어 스크린 속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깥세상의 소음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독특하고 깊은 아늑함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더라고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초원 위에서 매서운 비바람을 피하며 서로의 따뜻한 온기에 오롯이 기대었을 옛 유목민들의 지혜가 피부에 직접 와닿는 듯해 묘한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마치 게르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다름없는 포근한 공간에서 잠시 거친 숨을 고르며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참으로 평온하고 좋았습니다.

노마드 영상
노마드를 찾아서 떠나는 길

게르 내부에 유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즐겨 했다는 전통 보드게임 토구즈 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마주하는 놀이판을 보며 호기심이 생겨, 현장에서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로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 영상을 찾아보았네요.  척박하고 거친 대자연의 환경 속에서도 이런 놀이를 찾아내어 삶의 고단함을 훌훌 털어냈을 그들의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내심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아 진짜 중앙아시아 땅을 밟게 되는 날, 훌쩍 자란 아들과 마주 앉아 이 토구즈 판을 직접 벌여보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유목민 전통보드게인 토구즈
유목민 전통게임 토구즈

유목민 숙소 게르
들어갈수는 없지만 들어간듯한 기분이 들어요

💡 여기서 관람 조언을 하나 살짝 남겨봅니다. 전시실 입장 후 무작정 동선을 따라 걷기보다는, 관람 초반에 유목민의 전통 의상을 입은 채로 공간을 둘러보세요. 이국적인 옷차림으로 전시장 곳곳에 놓인 화려한 카펫이나 웅장한 게르 외관을 배경 삼아 커플 사진을 남기면, 억지스러운 연출 없이도 훌쩍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온 듯한 생동감 넘치는 추억을 사진첩에 남길 수 있거든요.

중앙아시아 카라반

관람을 마치고 전시관의 문을 나서며 처음 들어갈 때와 사뭇 다른 상쾌함을 느껴졌습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우리 부부는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중앙아시아를 바라보는 소중한 법을 배웠거든요. 제가 가보니 이곳은 거창한 세계사 공부를 지루하게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따뜻하게 연결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는지 다정하게 일러주는 훌륭한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아들이 곧 온몸으로 마주하게 될 그 넓고 거대한 대륙의 숨결을 부모로서 조금 일찍 가슴속에 품어본 것만으로도 주말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낯선 국가들의 유래를 알아가며, 언젠가 아들 녀석이 훌쩍 커서 들려주는 중앙아시아 현지 이야기를 안주 삼아 아내와 시원한 맥주 한잔 기울이는 기분 좋은 날을 상상해 봅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멀리 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러우시다면, 돌아오는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광주로 발걸음을 한 번 옮겨보세요.


아들의 새로운 대학 생활을 묵묵히 응원하며, 낯선 유목민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광주에서 마주한 이국적인 풍경과 감동이 고단한 일상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랍니다. 다정한 발걸음이 머무는 여행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리플릿은 상설전시관 입구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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