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아내와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 옛 전남도청 전시관 시범운영 관람 후기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텅 빈 상무관에서 흘린 묵직한 눈물부터, 옛 노래가 흐르는 시민 휴게라운지 창가에서 쏟아지는 봄 햇살을 맞으며 느낀 위로까지. 잊지 못할 광주 시간 여행을 기록했습니다.

518 민주화현장 옛 전남도청
평화로운 일상에 고마움과 먹먹한 마음!


올해 아들 녀석이 대학 기숙사로 훌쩍 떠나버리고, 집안에 덩그러니 남은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찾아오는 낯선 적막감이 영 어색했습니다. 북적거리던 집안 공기가 차분해지니 왠지 모를 허전한 기분이 들어 바람이나 쐬자며 아내의 손을 이끌고 무작정 집을 나섰던 참이었죠.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보며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금남로 언저리였고, 우연찮게 시범운영으로 문이 열린 옛 공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였는데, 막상 그 낡은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공기부터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학창 시절 교과서나 뉴스 활자로만 스쳐 지나갔던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멈춰 있는 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가슴 한구석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지울 길 없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 옛 전남도청 전시관 시범운영 관람 후기 기록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발걸음과 먹먹한 감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옛 전남도청 민원봉사실 입구
주말 관람객이 많았어요. 모두 아픈 마음 같겠죠.


옛 전남도청 경찰국

옛 전남도청 학살에 현장
시민군이 쓸어진 그곳에 잠시 고개를 숙여봅니다. 


옛 전남도청 전시관 자료


옛 전남도청 전시물 관람

옛 전남도청 전시물 시청각 자료
시범운영기간이 끝나면 더 좋아지겠죠. 


👣 발길 닿는 곳에서 마주한 묵직한 그날에 흔적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날의 기록들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제가 가보니 창가와 끝없이 이어진 긴 복도를 걷는 내내, 짙은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용기를 냈던 평범한 사람들의 흔적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왜 광주가 민주주의를 지켜낸 항쟁의 중심지인지, 구구절절한 부연 설명이나 거창한 문구가 없어도 그 공간이 뿜어내는 기운만으로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 사람들의 결연한 눈빛과, 벽면에 고스란히 남겨진 무수한 상흔들을 마주하며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워졌습니다. 총탄이 빗발치는 그 시절,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그 숭고한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속으로 수없이 묻고 또 물었네요. 전시된 유품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들을 읽어 내려가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518 상무관 입구
들어가서 알았습니다. 왜 텅 비어있는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발길을 돌려 시민들의 주검을 임시로 모셨다던 상무관으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치워져 텅 비어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서늘한 적막함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눈물의 흔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상무관 2층에 올라가 한쪽 벽면을 채우는 전시 영상 자료를 지켜보고 있자니, 어느새 제 옆에 선 아내도 저도 아무런 말 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통곡 소리가 여전히 그 텅 빈 공간을 맴도는 것만 같아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한순간에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공기 중에 흩뿌려져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거든요. 발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러운 그곳에서 아내와 저는 서로의 손을 말없이 꽉 맞잡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그리고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희생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군요. 먹먹해진 가슴을 안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뺨에 닿는 바람이 유난히 시원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518 상무관 영상자료 시민운동
그곳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렀을까?


518 상무관 가슴아픈 역사
시련을 함께 느낄수 있는 공간입니다. 


☕ 위로와 평온이 공존하는 공간 : 시민 휴게라운지

그렇게 잔뜩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민원봉사실 후면 2층에 자리한 시민 휴게라운지였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기분 좋은 반전 매력을 안겨준 공간이 되었네요. 넓게 탁 트인 공간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면서도, 천장에 길게 뻗어 있는 낡은 고목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둔 모습이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늑한 조명 아래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훌쩍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거든요. 과거의 뼈아픈 상처를 조심스럽게 보존하면서도, 오늘날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 배치가 참으로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옛전남도청 시민휴게라운지
옛스런운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옵니다. 


옛전남도청 시민휴게라운지 음반


옛전남도청 시민휴게라운지 시청각자료


채광이 듬뿍 쏟아지는 창가 쪽 빈자리를 찾아 아내와 나란히 앉아보았습니다. 제가 가보니 이곳은 낡음과 새로움이 어우러져 주는 독특한 평온함이 참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며, 따뜻한 볕 아래에서 잠시 옛스러움에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네요. 치열했던 그날의 피 묻은 흔적을 품은 채,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이제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넉넉한 쉼을 내어주는 이 공간이 참 고마웠습니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천장의 고목 결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꽤 긴 시간을 머물렀어요. 오래된 목재가 품고 있는 세월의 무게와, 갓 단장한 듯 깔끔한 바닥재의 부조화가 오히려 위로가 되어주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옛전남도청 시민휴게라운지 옛스러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여기서 저희 부부가 직접 경험하며 얻은 자그마한 관람 팁을 하나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가보니 시민 휴게라운지는 해가 지는 늦은 오후 시간이 훨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서향에 지는 햇살의 자연광이 라운지 천장의 낡은 고목과 어우러져 바닥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그 빛의 궤적을 바라보며 듣는 옛 노래의 선율이 억지스러운 감동이 아닌, 잔잔하고 묵직한 위로를 건네주거든요. 공간이 주는 진정한 여유와 평온함을 온전히 누리시려면 낮 시간대 채광 좋은 자리를 꼭 선점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며 들이켜는 커피 한 잔은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옛전남도청 시민휴게라운지 서향 햇살
햇살을 맞으며 오늘에 감사합니다. 


광주라는 도시가 묵묵히 품고 있는 무거운 슬픔과 그것을 기어이 이겨낸 숭고한 용기,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까지. 이번 주말 나들이는 그저 평범한 외출을 넘어 저희 부부에게깊은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옛 전남도청 전시관 시범운영 방문은 굳이 역사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러 사람과 공간이 들려주는 묵직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다가오는 정식 개관이 무척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네요. 여러분의 다음 발걸음이 향할 곳도 이렇듯 삶에 작은 울림을 주는 의미 있는 장소이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옛전남도청 광장 시민항쟁
518 광주시민들이 울부 짖었던 그곳에 평온함


자세한 공간 복원 이야기나 관람 안내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남겨둔 곳들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방문 전 관련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시면 관람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안내 사이트 : www.acc.go.kr

🌐 5.18 기념재단 공식 홈페이지 : 518.org

아픈 역사를 품은 채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광주의 다정한 품을 온전히 느끼고 온 주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발길 닿는 곳곳에서 마주하는 진솔한 여행 기록들을 차곡차곡 모아 전해드릴게요. 긴 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옛전남도청 시범운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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